디즈니발(發) 콘텐츠 확보 전쟁… "모두가 넷플릭스처럼 되려고 한다"

입력 2017-12-15 18:43   수정 2017-12-16 05:54

디즈니, 72조원에 21세기폭스 인수
스트리밍업체 훌루 지분 60%로
넷플릭스·아마존과 본격 경쟁
콘텐츠 확보에 통신·IT사도 가세



[ 추가영 기자 ]
“콘텐츠가 왕이다.” ‘미저리’ 등 인기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윌리엄 골드먼이 한 말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금언 중 하나다.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의 영화 스튜디오를 포함한 콘텐츠 자산(부채 포함)을 총 661억달러(약 72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콘텐츠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라고 15일 보도했다.

◆디즈니, 미디어 지각변동의 승자 될까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혁신이 콘텐츠 소비 행태를 진화시켰다”며 “이번 인수는 콘텐츠 소비 변화에 따라 미디어 지각변동이 일어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의 폭스 인수 효과가 단순히 ‘어벤저스’(디즈니)와 ‘엑스맨’(폭스)이 함께 등장하는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에 머물러 있진 않다는 얘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갑자기 모든 기업이 넷플릭스가 되려고 한다”고 현 상황을 요약했다. 케이블TV 가입비를 내거나 티켓을 사서 영화를 보는 대신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TV·스마트폰 등 원하는 기기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유튜브 레드 등은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 유료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내놨다.

더버지 등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은 디즈니·폭스 두 회사가 인수에 합의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훌루(Hulu) 지분이 60%로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 훌루는 2007년 디즈니, 폭스, 컴캐스트가 각각 30%, 타임워너가 10% 지분을 투자해 세운 회사다.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훌루가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훌루 지분 확대로 넷플릭스에 줬던 콘텐츠 독점 공급 권한을 2019년에 거둬들이고 자체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아이거 CEO의 야심을 이룰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츠 확보 경쟁 심화

아이거 CEO는 그동안 해적판 등 콘텐츠 라이선스 수익을 갉아먹는 유통 구조에 지식재산권(IP)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해 적극 대응해 왔다. 2005년 아이거가 CEO 자리에 오른 뒤 픽사(2006년) 마블(2009년) 루카스필름(2013년) 등을 인수하면서 다양한 IP를 확보한 덕이다. ‘토이스토리’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 ‘아이언맨’ 등 마블의 슈퍼히어로 등이 디즈니의 든든한 자산이다. 디즈니의 시가총액은 2005년 458억달러에서 현재 1625억달러로 커졌다.

이번엔 해적판을 양성화한 넷플릭스가 디즈니의 주 타깃이다. 넷플릭스가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의 대히트를 기점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세계 가입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하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내년에만 80억달러를 자체 콘텐츠 확보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즈니 등 콘텐츠 제작사들이 넷플릭스를 파트너라기보단 경쟁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 對 인터넷 스트리밍 대결구도

할리우드 전통 미디어 기업과 통신사, 케이블TV 회사 등은 일제히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통신사 AT&T는 CNN 등 방송사를 보유한 타임워너에 인수 제안을 했다. 앞서 미국 최대 케이블TV 회사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을 인수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IT 기업은 자사의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 스마트 기기 등의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콘텐츠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반지의 제왕’ 드라마 제작 판권을 2억5000만달러에 사들이고, 애플은 소니픽처스 임원 2명을 영입하는 등 라이선스 비용과 인기 콘텐츠 제작자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높이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IT 기업에 비해 TV 영화 등 전통 미디어 기업들엔 생존을 건 전쟁이다. 폭스가 광고 수익 기반이 되는 뉴스, 스포츠를 제외한 콘텐츠 자산을 매각하기로 하자 컴캐스트와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월가에서도 폭스가 콘텐츠 자산을 고가에 매각했다는 의견이 많다.

FT는 사설을 통해 콘텐츠 제작사들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까지 직접 뛰어든 것이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영화 한 편에 40달러 정도의 티켓 가격을 내야 하고, 케이블TV 방송 한 달 가입비가 30~50달러인 것에 비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는 한 달에 10달러 안팎을 내면 원하는 만큼 수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만큼 콘텐츠 가격을 낮춘다는 뜻이다. 망중립성이 폐기된 상황에서 새롭게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서비스 공급 비용을 높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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